대학원 과정으로 발 들이기
80년대 중반만 해도 초등학교(국민학교)에서는 부모님의 학력을 조사하였다. 가정기록부에 부모님의 직업, 가정환경 등등 알리고 싶지 않는 기록까지 모두 선생님께 문서로 제출해야할 때 였다. 당시 부모님 학위 사항을 기록하였는데, 가끔 부모님 학위가 석사로 표시된 친구들도 있었다. 대학을 통한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 당시 석사 학위는 좀 더 대단한 무엇인가였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대학원, 대학원생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지금은 너무 쉽게 대학원 생에 대한 자조적인 글들을 찾아볼 수 있고, 한편 그 글을 읽을 떄 안타까운 맘이 들면서 동시에 기분이 씁쓸해진다. 나도 대학원생이었는데...
대부분은 사실 대학원생이 어떻게 살고, 어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잘 모를 것이다. 아마 안다고 생각해도 특정한 학문분야에 속한 특정한 연구실에서의 생활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속한 특정한 대학의 특정한 연구실 에 대한 대학원생 이야기를 교수의 입장에서 할까 한다. 물론 대학내 같은 과의 다른 대학원생 이야기도 하겠지만. 이 이야기가 대학원생의 전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혹시 기계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석사 입학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대학원의 입학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쉬운 것 같다. 학부에서 통계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잘 갖췄는지, 특정한 문제를 설명하는데 있어 논리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물어본다. 여러 곳에서 떠도는 기출문제를 외워서 대답을 해도 잠깐은 실력을 감출 수 있지만, 면접에 들어온 교수님들이 그 대답에 대해서 논리적인 약점을 파고 들거나, 혹은 조금 더 심화된 질문을 해서 지식의 바닥을 확인하실 수도 있다. 그러니 문제를 잘 푸는 것 보다는 논리 정연한 개념적 구조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하지만 입학이 끝은 아닌 것이 대부분 석사 입학생들이 수리통계, 확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춘 상태라 수업을 따라 가는데 수리적 지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적어도 미적분학, 수리통계는 석사 입학 전에 잘 정리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입학생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프로그래밍 지식은 좀 부족한 상태 같다. 그런데 석사 1학기에 프로그래밍을 따로 교육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 차이가 좀 크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로그래밍 실력의 격차가 생각보다 쉽게 좁혀진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능력의 차가 크긴 하지만 수리적 역량을 배양하는 데 비해 프로그래밍 역량을 배양하는 데 시간이 짧게 소요되며 개인적인 차고 조금 적은 것 같다. 물론 이 말은 노력을 통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프로그래밍 역량 배양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쉽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석사 1학기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대학원의 석사 1학기는 연구실이 배정되지 않은 채 공부를 하는 시기다. 간혹 미리 교수님과 상의를 하고 연구실 활동을 해 온 친구들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연구실이 정해지지 않은채 공부를 할 수 있다. 석사생이 사용할 수 있는 연구실이 주어지며 개인당 1대의 pc가 제공된다. 나는 개인 연구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몰랐는데 외국과 비교해보니 정말 좋은 혜택인 것 같다. 도서관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옆에 있는 박사과정이나 석사 선배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좋은 것 같다. 사실 물어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기는 하다. 특히 프로그래밍은 그렇다.
1학기에는 수리통계, 확률, 응용통계 관련 과목을 듣는데 대부분의 석사 1학기가 그렇듯 학업량은 만만치 않다. 이 과목을 잘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논문자격시험 때문이다.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싫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시험 외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데 이 시기에 해둔 공부가 꽤나 오래 동안 통계학, 기계학습의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언제 이렇게 깊이 논리를 따져가면서 고민해볼 기회가 있을까?
석사 여름방학과 2학기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대학원의 여름방학은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대체로 시험은 방학 끝 8월에 있는데 불만이 많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고통의 시간을 좀 줄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도 있다. 그래로 공부할 시간이 길어져 좋아하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기는 연구실은 배정하는 시기이기도 한다. 사실 석사생들은 교수님들 뭐하시는지 잘 모른다. 아마도 내가 겪은 것 처럼 선배들의 이야기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점으로 연구실에 선배가 없는 교수님들은 학생이 적게 갈 수 있고 많은 교수님들은 상대적으로 학생들을 받기가 쉬울 것이다. 만약 대학원 과정이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과정이라면, 어떤 연구실을 가도 괜찮을 것이다. 대신 대학원 과정에서 뭔가 이력서에 쓸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 혹은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면 교수님께서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수님의 논문과 세미나 그리고 과제들인데 이 분야에 관심있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연구실은 교수님별로 운영이 되지만, 대학원 생의 물리적인 공간은 공유를 한다. 학과 사무실과 교수님 연구실이 위치한 미래관에 6개 모듈(1개 모듈에 6명 정도 배정)이 있고, 미래관 옆 건물인 과학기술관에 1개 모듈이 있다 현재는 총 4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연구실 공간은 거의 다 배정된 상태다. 향후에 연구실 공간은 더 확충될 계획이다. 그리고 컴퓨팅 자원은 서울시립대학교 내 도시빅데이터AI연구소의 CPU, GPU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주중 야간시간이나 주말에는 대기 없이 바로 이용가능하다. 교내에서도 컴퓨팅 자원은 지속적으로 확중할 계획에 있다. 그리고 2학기 부터는 조교를 할 수 있다. 조교를 하면 대학원 학비의 일부를 지원받게 되는데, 학비가 싼편이라 금액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부사업으로 수행하 디지털혁신공유대학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어, 학비를 벌 수 있는 기회가 간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교수님별로 지원하는 연구비가 경우에 따라서는 있겠지만...
연구실이 배정되면 아마 해당 연구실의 선배와 세미나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지도교수님이 참석하실 수도 있고, 아니면 선배들이 챙겨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수님께서 함께 하시는 것 같다. 어떤 곳에 소속된 느낌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날 내버려 둬!' 라 생각할 수도 있다. (참고로 나는 전자에 가까웠다.) 최근에 아쉬운 것은 학교 나와 저녁식사 한번 맘대로 못하는 것이다. 언제쯤 이 코로나가 끝이 날까?
2학기가 시작되면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듣게 된다. 하지만 통계학과 대학원 규모가 크지 않아 선택권이 좁다는 것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좀 더 전문적인 영역의 과목들을 듣게 된다. 이런 과목도 좋지만 이 때 부터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곤 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기후, 교통, 인구분야가 있다. 기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국방기술을 분석하거나 다이어트 효과분석을 하기도 하니 경험할 수 있는 데이터분석의 폭은 매우 넓다. 이 때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이력서에 써 내곤 한다. 그리고 이쯤 되면 중요한 결정을 한다. (박사를 할 것인가!!) 아래는 석사 1학년 2학기 부터 대학원과정에서 들을 수 있는 대표 과목의 리스트다.
- 다변량해석: 다차원자료 분석과 추론
- 기계학습: 기계학습 전반
- 최적화: 기계학습에 사용되는 최적화 방법론
- 확률적 최적화: 확률적 최적화의 방법론과 이론
- 표본론: 표본 연구
- 시계열 분석: 시계열 모형 및 자료분석
- 베이즈추론: 베이지안 방법론의 기초
- 고급통계프로그래밍: 파이썬 기초 및 계산통계에 응용
- 실험계획법: 최적 실험 설계
- 정보이론: 정보이론 전반
박사를 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이유가 그냥 좋아보여서...정도 될 것 같다. 박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어느정도 통계학, 데이터사이언스의 매력에 빠진것을 분명하고 몇 년간 좀 배고파도 하고 싶은 일 하는게 인생! 이라는 철학이 있는 사람일 것 같다. 내가 이런 사람들을 적극 응원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그럴 것이다. (세상 별거 있나. 밥 안 굶고 하고 싶은 일 하는게 인생이지!) 물론 좀 위험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람들에게 내 생각과 다른 인생의 조언을 할 생각도 없다.
석사 2년차
석사 1년이 지나고 나면 연구실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슬슬 불안이 엄습해오는 시기다. 같은 연구실에 아직 지도교수님이 배정되지 않는 신입생이 보이고, 뭘 자꾸 질문은 하는데 불안감을 커질 뿐이다. 그리고 연구실 세미나를 통해 내가 뭘 얻었는지 돌이켜 보이도 할 것이다. 여기서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읽어온 논문들 만들어 놓은 발표자료들이 결국 자신에게 어떤 쓸모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냥 피상적으로 모아 놓은 지식들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시기다. 나는 그 전에 본인이 모아 놓은 지식을 어떻게 성과물로 만들 것인지 이야기하고 학생들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석사 2년차들은 만들어 놓은 것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시기는 성과물을 만드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블로그를 정리하고, 논문 성과물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자신의 언어로 완성해놓고 공개하는 것, 대회에 나가는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바라본 대학원생들의 생활을 적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도 대학원생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들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고, 불안한 만큼 내일을 열심히 준비했던 그 때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더 열심히 응원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학교 대학원생을 응원한다!
후기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대학원은 2021년부터 대형 교육, 연구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장학혜택을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타 대학원과 구별되는 큰 특징은 표본론, 수리통계,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시각화를 아우르는 교과과정이 잘 설계되어 있어 통계와 컴퓨터의 기초부터 응용까지 연결되는 전문역량을 배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편 이과계열에 속해있어 대학원 연구실 생활이 가능하며 대용량 계산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대학원에서 함께 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